왜 나를 사랑할 수 없느냐고 물었을 때 여자는 이렇게 대답했다.
"옛날에 제가요. 좋아했던 남자가 있었어요.
음.. 되게 오랫동안 좋아했었는데 좋아한단 말은 못했었어요.
왜냐하면 섣불리 얘기했다가 그 사람이 자기는 아니라고 말하면
감당할 수가 없을 것 같았거든요.
그러다가 이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
'에라 모르겠다' 하고 고백을 하기는 했어요.
음.. 그런데, 이미 그때엔 그 남자한테는
여자친구가 생긴 다음이었어요.
뭐, 웃으면서 왜 진작 말안했느냐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구요.
후회했죠. '아 너무 늦었구나'
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만큼
누가 쉽게 좋아지지가 않아요.
너무 많이 좋아했었나봐요."
그녀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는
지나간 그 사랑이 너무 소중해서라고 했다.
최선을 다해서 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한게 안타까워서라고 했다.
아쉬움을 두 눈에 가득 담은 그녀를 앞에 두고
나는 차마 '당신이 했던 건 사랑이 아니었다' 라고
솔직하게 말해 줄 수는 없었다.
이제 그 남자는 다른 사랑을 하고 있는데,
그런데도 왜 나를 사랑할 수 없느냐고 물었을 때
그녀는 또 이렇게 대답했다.
"혹시 또 모르잖아요. 그 남자가 다시 나한테 올 지 어떻게 알아요.
뒤늦게 내 마음을 알아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.
음, 그런데 내가 만약에 그때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으면
그러면 우리는 또 엇갈리니까.. 또 다른 곳을 봐야하니까..
그러지 않도록 내가 기다리고 있는 거에요."
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이.
그녀는 당분간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.
그리고 그 당분간이 꽤 오랜 시간이 될 거라고도 했다.
그녀는 그 기다림을 사랑이라고 믿었고
마찬가지로 나는 그건 사랑이 아니라는 말을
차마 그녀에게 할 수는 없었다.
우리가 '추억' 이라고 부르는 과거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면
우리가 '기대' 라고 부르는 미래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않는다면
당신은 지금 앞에 서있는 그 사람을 영영 볼 수 없을겁니다
사랑을 시작하고 싶다면,
지나간 사랑에 대한 미련도 갖지 않기를
다가올 사랑에 대한 기대도 하지 않기를